
지난 2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는 ‘80s MBC 서울가요제’ 2차 예선을 마무리하는 유재석 PD와 하하-주우재-이이경 작가의 모습이 그려졌다.
1, 2차에 걸쳐 진행된 예선을 통해, 80년대 감성을 새롭게 살린 지원자들의 발견은 물론, 목소리가 지문인 지원자들의 출연이 예고되며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그 시절 명곡들이 다시 살아나며 감성을 자극했고, 80년대를 경험한 사람도, 경험하지 못한 사람도 모두 빠져든 시간이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먼저 1차 예선에서 보류를 받았던 ‘남산타워’와 ‘공작상가’의 심층 면접이 진행됐다. 중후한 목소리를 가진 신사 ‘남산타워’의 정체는 배우 박영규였다. 박영규는 열정적으로 가요제 참가 의지를 보여주다가, 통하지 않자 ‘미달이 아빠’ 캐릭터를 소환시키며 모두를 폭소케 했다. 40년 배우 인생을 담은 곡 ‘마이웨이’로 면접장을 감동으로 물들였다.
그래도 유재석의 마음이 돌아서지 않자 박영규는 체면도 내려놓은 채 “기회를 주세요”라고 사정을 하기 시작했다. 박영규는 주우재가 화면을 가리자 “이 컷 하나가 내 인생을 좌우한단 말이야. 내 표정이 얼마나 간절한데 앞을 가려!”라고 다급하게 외치며 “인생은 ‘원 씬 원 컷’”이라는 명언을 날렸다. 급기야 박영규는 유재석을 “재석이 형!”이라고 부르면서 존댓말도 불사한 열정을 뿜어냈고, 그의 가요제에 대한 진심에 모두가 감명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그림자를 뚫고 나오는 존재감을 보여줬던 ‘공작상가’의 정체는 박명수였다. 박명수는 예선에서 탈락하면 뒷담화를 하고 다니겠다는 협박을 하며 악귀 들린 모습을 보여줬다. 알고 보니 순해졌다는 댓글 반응을 의식한 행동이었던 것. 급 태세전환을 한 박명수는 “가요제 같이 하고 싶다”라고 애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명수는 80년대 이승철을 삼킨(?)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재평가 무대로 유재석의 마음을 붙잡으려 했다. 주우재가 밤새 숏폼을 봐서 목 관리가 안 되는 것 같다고 하자, 박명수는 “이동통신 끊을게”라면서 합격을 위해 세상과 단절도 불사한 각오를 보여줬다. 과연 박영규와 박명수 모두 보류전에서 합격해 무대에 설 수 있게 될지, 그 결과를 궁금하게 했다.
2차 예선을 앞두고 모인 네 사람은 함께 의지를 다졌다. 하하, 주우재, 이이경은 “스타PD 예감이다”라면서 점점 올라오고 있는 가요제 반응을 이야기했고, 유재석은 “이번에 진짜 잘 돼야 한다”라며 의욕을 불태웠다.
이번에도 실력자들이 귀를 즐겁게 했다. ‘상봉터미널’은 원곡과 또 다른 느낌으로 ‘J에게(이선희)’를 불렀고, 작은 거인 이선희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반응을 얻으며 합격했다. ‘종로서적’은 ‘슬픈 인연(나미)’과 ‘너에게로 또 다시(변진섭)’ 두 곡에서 깔끔한 고음을 선보이며 감탄을 자아냈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하하는 “우리 스타 한 명 만들자!”라며 흥분했고, 유재석도 “이 친구는 인기 끌겠다”라며 소녀팬들을 울릴 목소리라고 확신했다. ‘누구 없소?(한영애)’를 선곡한 ‘동아기획’은 소울풀한 목소리로 분위기를 장악하며 합격을 받았다.
80년대를 대표하는 가수로서 가요제를 응원하러 온 노사연은 ‘동부이촌동’이라는 닉네임으로 등장해 자신의 곡 ‘만남’을 불렀다. 원곡자가 말아주는 국민 애창곡이 모두를 하나로 만들었다.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 봐(전영록)’를 선곡한 ‘국제롤러장’의 정체는 희극인 임우일이었다. 임우일은 깎인 발음 점수를 춤과 끼로 만회하려 했지만, “가요제 참가할 실력이 아니다. 2025년에 계시는 게 좋을 것 같다”라는 평을 받으며 탈락했다. 또 다른 탈락자 야구선수 유희관은 닉네임 ‘동대문 운동장’으로 참가해 ‘아파트(윤수일)’를 흥 넘치게 불렀으나, 모른 척하기 힘든 헤어스타일로 인해 정체가 탄로났다.
마지막 지원자 ‘마로니에 공원’은 기타를 들고 등장, 가요제 예선 최초 어쿠스틱 라이브를 선보였다. 그는 지문과도 같은 목소리로 ‘바보처럼 살았군요(김도향)’를 불러내 진한 감동을 남겼다. 그의 목소리를 홀린 듯 듣던 하하는 “PD님 우리 뜨겠다! 대어 들어왔다”라며 흥분했고, 유재석은 “우리 가요제에 이런 실력자들이 나올 줄 몰랐다. 이 분은 무조건이다. 80년대로 함께 갑시다”라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