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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재기를 원한다면 회생하지 말고 파산도 하지 말라

[이투데이 유희숙 1492피앤씨애드 대표,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장 기자]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작년 12월 30일 대표 발의한 중소기업창업지원법 개정안 등 재도전 3법에 대한 언론 기사가 게재된 후부터 본 법안과 관련된 기업가들의 연락을 계속 받고 있다. 1월 28일 대구 출장길에 동대구역 안 커피숍에서 처음 만나게 된 한 기업가. 그는 대구에 있는 한 보증 기관의 지점을 찾아온 길이었다고 했다.

“전 청년 창업가였어요. 첫 창업에서 실패한 경험을 무기로 다시 재기에 성공해서 올해 매출은 100억 원 정도 될 것 같습니다.”

그는 첫 창업 실패 후 개인 회생을 신청해 정말 어려웠지만 8년간 변제를 완료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출 위주인 두 번째 사업의 아이템은 매출이 상승할수록 보증기관의 보증이 꼭 필요했는데, 보증기관은 예전의 보증 사고 이력이 있는 기업은 지점에서 1억 이상의 보증은 해줄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1억 이상 보증을 받으려면 보증기관이 대위 변제를 해줬던 원금과 이자를 다 갚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제 겨우 사업이 정상화되려고 하는데 그 빚을 지금 다 갚아야 한다면 회사는 다시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거면 제가 왜 8년간 그렇게나 악착같이 변제를 해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작년 하반기, 보증기관들의 이 같은 보증 금지조항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그 개정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한 보증기관의 의견서를 본 적이 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본문은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파산 절차에 의한 배당을 제외하고는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전부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면책이란 채무 자체는 존속하지만 파산채무자에 대하여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파산채무자에 대한 면책 결정이 확정되면, 면책된 채권은 통상의 채권이 가지는 소 제기 권능을 상실하게 된다는 대법원의 판례(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다28173판결)를 예로 들면서, 기보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지었다.

‘법원의 파산면책 결정은 채무 변제 책임의 면제에 대한 심리를 거칠 뿐이고, 채무 자체의 소멸이나 채무면탈행위 유무 판단과는 무관하다.’ 즉 회생 종결이나 파산, 면책을 받더라도 변제 책임만 면제될 뿐이지, 채무 자체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보증기관은 ‘부당하게 채무를 면탈하여 기금의 건전성을 훼손한 자’에 대해 보증을 금지한 조항에 대한 내부 규정을 공개했는데, 그 내부 규정이란 게 강제 집행 면탈, 사해 행위로 기금의 구상권 행사를 방해한 자, 사기 회생, 사기 파산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 등이었다.

채무자의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660조 전체를 다시 훑어봤다. 면책에 대한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 조항이 그대로 있었다. 그렇게 이미 면책을 받은 이들에게 비슷한 사유를 들어 그 보증기관은 다시 보증을 금지하고 있다.

한 보증기관은 최근 대위변제 후 2년이 지난 상각 채권의 원금을 최대 90% 감면하기로 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자를 다 면제해 주겠다, 원금도 대폭 감면해 주겠다는 등의 협상은 늘 관련 기관이 먼저 제의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기업가들이 정말 그런 줄 알고 회생을 선택해 최장 8년에 걸쳐 상환을 끝내거나, 파산 면책을 통해 모든 법적 채무가 종결된 후 다시 사업이 정상화되어 어쩔 수 없이 보증기관을 다시 찾게 되었을 때 그들은 비로소 숨겨둔 발톱을 꺼내 든다.

“그때 못 낸 이자까지 다 갚으셔야 지원해 드릴 수 있어요.”

어떤 파산, 면책자가 정말 소급까지 해서 다 갚으려고 봤더니 갚을 방법이 없다는 것 또한 그들은 다 알고 있다. 파산해 채권은 없어졌지만, 기록은 여전히 꼭꼭 보관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사업을 일으킬 희망을 품고 있는 기업가라면 회생과 파산을 권하는 공무원들이나 은행원, 변호사들을 믿으면 안 된다. 채권을 삭감해 줬다고 희망을 품은 채 다시 사업에 도전했다가 막 사업이 성공 궤도에 다시 진입할 즈음 이 숨겨져 있던 발톱들이 다시 발목을 옥죄어오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국가 세금을 수백억 원 탕진하고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으면서, 최선을 다했는데도 세금이 재원인 국가 지원금을 단 한 번 갚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평생 죄인이 된 채 그 빚을 갚을 기회마저 원천 차단하고 있다.

재기를 원한다면, 절대 회생하지 말고, 파산도 하지 말라.

유희숙 1492피앤씨애드 대표,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장 기자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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