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산=국제뉴스) 백승일 기자 = 충남 서산에 극한 호우가 쏟아진 지난 17일 새벽, 청지천 범람으로 2명이 숨지는 비극적인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충남도와 서산시의 하천 통제 상황에 대한 설명이 엇갈리면서, 지자체의 허술한 초기 대응이 참사를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다.
18일 충남도와 서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새벽 서산시 석림동 청지천 일대에서 차량 6대가 침수돼 2명이 숨지고 3명이 구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첫 구조 신고는 새벽 4시경, 침수된 승용차 안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50대 운전자 A씨는 병원 후송 후 끝내 숨졌다. 이어 오전 11시 35분경 농로 인근에서 80대 남성 B씨도 숨진 채 추가로 발견됐다. A씨는 의료기관 방문 중, B씨는 귀가 중 농로로 우회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청지천 일대에 시간당 100mm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져 이미 범람 위험이 높았던 새벽 시간대, 정작 차량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상청 관측에 따르면 사고 당시인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청지천 일대에만 약 284.0mm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첫 구조신고가 접수된 4시경은 이미 청지천이 범람한 이후로 보인다. 인근 주민들은 "새벽에는 이미 청지천이 범람해 논밭이 다 흙탕물로 덮여 있었다"고 증언하며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하천 통제에 대한 충남도와 서산시의 엇갈린 해명이다. 충남도는 17일 '호우특보 대처 상황보고'에서 "청지천은 16일 오후 4시부터 산책로를 통제했다"고 밝혔으나 서산시 관계자는 "산책로는 통제했지만, 사고 당시 청지천 도로까지 통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다. 호우경보가 발효되고 하천 범람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통행할 수 있는 도로에 대한 선제적인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서산시 관계자는 "시간당 40~50mm가 넘는 호우가 내린 적이 없으며, 청지천은 상습 침수 지역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17일 새벽 1시 17분, 2시 16분, 3시 17분 세 차례에 걸쳐 재난 문자를 발송했으며, 특히 마지막 문자에는 '청지천 범람 우려' 내용이 담겼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재난 문자 발송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 통제가 미흡했고, 사고 도로 진입이 완전히 통제된 것은 차량이 침수됐다는 최초 신고가 접수된 지 2시간 반 뒤인 오전 6시 30분경으로 시민들이 위험 지역으로 진입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서산시의 재난 대응도 형식적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부춘동에 살고 있는 시민 A 씨는 "폭우로 작물들이 큰 손실을 입어 동사무소에 신고했는데 지금은 바빠서 전화연락을 주고 피해 현장을 방문하겠다고 답변해 하루 종일 현장에서 기다렸지만 연락도 방문도 없었다"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