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데일리 조남준 기자]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폐기물의 범위와 정보 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결국 국회의 입법 논의로 넘어가게 됐다. 행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이 절차적·제도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관련 문제를 법률로 정리할 수밖에 없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시멘트 생산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환경산업계 등 총 38개 단체로 구성된 시멘트환경문제해결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토교통위원회 황운하 의원과 ‘폐기물사용시멘트 정보공개 법안 대책마련 간담회’를 갖고, 황 의원과 문진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에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황운하 의원과의 면담에는 박남화 범대위 상임대표(시멘트 지역 주민대표)를 비롯해 김선홍 공동대표(글로벌에코넷 상임회장), 임창순 사무총장, 장기석 환경자원순환업 생존대책위원회 사무처장, 홍순명 환경기술사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문진석·황운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은 주택 건설 과정에서 폐기물 사용 시멘트를 활용할 경우, 건설사업자가 사용검사권자에게 ▲시멘트의 성분 ▲폐기물 사용 비율 ▲제조사 및 공장 정보를 제출하도록 하고, 사용검사자는 이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분양자와 입주민이 자신이 거주할 아파트에 어떤 시멘트가 사용됐는지, 그 폐기물 사용 현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범대위 박남화 위원장은 이 개정안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고 강조하면서, 충북·강원 등 이른바 ‘시멘트 벨트’ 지역이 수도권 폐기물 처리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박 위원장은 “시멘트 업체 간 폐기물 혼합 비율 차이가 10%를 넘는 상황에서 단순히 ‘폐기물 사용 여부’만으로는 실제 주택에 사용된 시멘트 제품과 혼합 비율을 확인할 수 없다”며 “주거용 건물에 대해서는 폐기물 사용 시멘트의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종량제 봉투가 중간 재활용업체에서 파쇄된 뒤 사업장폐기물로 둔갑해 시멘트 공장에서 처리되는 불합리한 구조가 문제”라며 “이 같은 제도적 허점이 환경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 행정부 검토 한계… 논의의 무게중심은 국회로
범대위에 따르면 관련 논의는 당초 국토교통부 주택공급과에서 시작됐다. 금융 관련 부서 검토를 거쳐 제도 개선 가능성을 살폈지만, 사안이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국토부 단독으로는 정리가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이후 사안은 산업통상부 산하 기술표준원으로 이관돼 추가 검토가 이뤄졌으나, 이 역시 “정식 개정으로 추진하기에는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시간이 과도하게 소요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국 국토부 주택공급과 역시 행정부 차원에서 더 이상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적으로도 “현행 제도 틀 안에서는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데 상당 부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논의의 무게중심은 자연스럽게 국회로 이동했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언급한 점도 입법 전환에 힘을 실었다.
이에 따라 관련 사안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본격 논의될 수밖에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논의 과정에서 주목되는 점은 이미 폐기물관리법 개정을 통해 시멘트 산업 일부 영역에서는 정보 공개가 제도화됐다는 사실이다. 현행법에 따라 시멘트 제조에 사용된 폐기물의 종류와 사용량은 포대 표기와 홈페이지 공개를 통해 일정 수준의 투명성이 확보되고 있다.
대체원료로 사용된 폐기물의 종류·비율·사용량을 공개하도록 한 이 제도는 ‘소비자 알 권리’ 차원에서 이미 시행 중이며, 이번 주택법 개정 논의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 범대위 측의 설명이다.

■ “연료이자 원료”… 시멘트 공정의 구조적 문제
이날 간담회에서는 시멘트 공정의 구조적 문제도 집중 제기됐다. 시멘트는 약 1,400~1,500도의 고온 소성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데, 이 과정에서 유연탄뿐 아니라 폐합성수지, 플라스틱, 비닐, 폐타이어 등 고발열 폐기물이 투입된다.
문제는 이 폐기물들이 단순히 연료로 소각되는 데 그치지 않고, 연소 후 발생한 재가 그대로 클링커에 섞여 시멘트의 일부 원료가 된다는 점이다.
해외 주요국이 검증된 20여 종의 폐기물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최대 80여 종 이상의 폐기물이 시멘트 공정에 투입될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석 사무처장은 “사실상 국내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폐기물이 여과 없이 시멘트 공정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국내 시멘트의 6가 크롬 자율관리 기준은 EU보다 10배 완화돼 있고, 카드뮴·수은·탈륨 등 주요 중금속은 기준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임창순 사무총장은 “제천·영월·단양 일대, 이른바 ‘시멘트 벨트’ 지역에는 반경 수십 킬로미터 내에 다수의 대형 시멘트 공장이 밀집해 있다”면서 “연중 상시적으로 분진이 내려앉고, 가정 내 가구와 식탁을 닦으면 검은 오염물이 묻어난다”며 주민 피해를 호소했다.
특히 일부 농촌 지역에는 여전히 슬레이트 지붕 주택이 남아 있어 분진과 중금속 노출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남화 상임대표는 “60년 동안 이 같은 환경에서 오랫동안 살아왔지만, 대기환경 문제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하려는 정치적 시도는 거의 없었다”고 토로했다.
장기석 사무처장은 “행정부 검토가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는 국회가 책임지고 법으로 정리해야 할 단계”라며 “이미 산업 전반에서는 원료·성분 공개가 상식이 된 상황에서 시멘트 산업만 수십 년간 예외로 남아 있었던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남화 범대위 상임대표 역시 “주택법 개정을 통해 시멘트 원료와 폐기물 사용 정보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알 권리와 주거 안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이번 국회 논의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행정부의 검토 한계를 넘어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주택법 개정 논의가 어떤 결론에 이를지, 시멘트 산업과 주거 안전을 둘러싼 오랜 논쟁이 중대한 전환점에 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