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HN 한나래 인턴기자) '무라야마 담화'로 과거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과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가 별세했다.
17일 NHK와 아사히 신문 등 일본 현지 매체에 따르면 무라야마 전 총리가 이날 규슈 오이타현 오이타시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향년 101세다.
1924년생으로 오이타현에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난 무라야마 전 총리는 1944년 태평양 전쟁 발발 후 일본 제국 육군 병사로 참전했다. 공무원 노조와 지방의회 활동을 거쳐 1972년 중의원 선거에서 사회당 소속으로 당선돼 정계에 진출했고, 8선 의원으로 사회 노동 분야에 헌신했다. 1994년 제81대 일본 총리로 취임했다. 자민당-일본사회당-사회민주당 연립 정권을 수립했다.
그는 총리 재임 중이던 1995년 8월 15일 전후 50주년을 맞아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주변국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명시한 '무라야마 담화'를 내놨다.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침략'을 언급하여 기존보다 사과와 역사 인식을 한층 더 내비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담화에서 "멀지 않은 과거 한때 국책을 잘못 세워 전쟁의 길을 걸으며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빠뜨렸고,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 국가 국민들에게 막대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며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한다"고 밝혔다.
같은 해 7월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아시아 여성 기금을 창설하기도 했으며 친필 서명의 사죄 편지를 보낸 최초의 일본 총리이기도 하다.
약 1년 6개월 뒤 총리직을 사임한 그는 사회당 위원장을 다시 맡기도 하고 1999년에는 초당파 방문단 단장으로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후 2000년 정계를 은퇴하고 주 3회 '데이케어'(일본의 노인 이용 시설)에 다니는 등 소탈한 삶을 살았다.
100세 생일을 앞두고 발표한 메세지에서 "일본이 계속 평화로운 나라이기를 기원한다"며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태도로 사는 거, 가족과 함께 매일을 보낼 수 있어 행복하다"고 장수 비결도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