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국제뉴스) 고정화 기자 = 전국 지자체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수백억 원을 들여 설치한 스마트교통안전시스템이 경찰청의 정책 혼선으로 인해 철거 위기에 놓였다.
일선 경찰서가 설치를 승인한 시설을 경찰청 본청이 불법으로 규정하고 철거를 지시하면서, 최소 400억 원 이상의 국민 혈세가 낭비될 수 있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지자체들은 어린이보호구역과 사고 위험 교차로 등에 스마트교통안전시설을 확대 설치해왔고, 대부분의 관할 경찰서는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공문을 통해 설치를 사실상 승인했다.
그러나 경찰청은 2024년 8월, 전국 시·도 경찰청에 “통일된 규격과 지침을 제정 중”이라며 추가 설치 중단을 지시했고, 2025년 7월에는 해당 시설이 운전자의 시선을 분산시켜 교통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표준 규격에서 제외했다.
바로 다음 날, 이미 설치된 시설을 도로교통법에 근거하지 않은 ‘불법 시설’로 규정하며 철거 공문을 내려보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최근 5년간 279개 시설을 설치하며 113억 7,200만 원을 투입했다.
시설 1개당 평균 4천만 원이 소요된 셈이다. 경찰청이 철거 대상으로 분류한 전국 988개 시설의 총 사업비는 최소 4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책 혼선으로 인해 지자체는 신규 설치를 꺼리고 있으며, 기존 시설마저 철거를 검토하는 상황이다.
중소업체들도 계약 취소와 손실로 인해 어려움에 빠졌다.
모경종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경찰청과 일선 경찰서 간의 소통 부재와 정책 혼선이 빚어낸 총체적 행정 실패”라고 지적하며, “도입 기준과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혼선이 있었다”며 “표준규격과 가이드라인을 재정립하겠다”고 답했다.
이 사안은 단순한 행정 착오를 넘어, 조직 내 소통 부재와 정책 일관성 결여가 국민 혈세를 낭비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특히 최소 4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행정의 무책임으로 인해 손실될 위기에 처한 만큼,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하고 관련자에 대한 행정적·법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경찰청의 늦장 대응과 기준 없는 정책 변경은 예산 집행의 정당성과 행정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제도 개선과 함께 철저한 감사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