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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기술로 中 무기개발 안돼"...'바이든판 화웨이' 나온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여러 정책 중 유일하게 계승하고 있는 게 바로 대중국 압박이다. 대중국 압박의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반도체 등 미래 핵심 기술 패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교안보적 압박이다. 그런데 7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한 중국 반도체 기업 ‘파이티움테크놀로지’ 사례는 이 기술과 외교안보 패권 싸움이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美 반도체 기술로 中 무기개발 안돼'...'바이든판 화웨이' 나온다


WP는 중국인민해방군이 운영하는 연구기관인 중국공기동력연구개발센터(CARDC)가 자신이 개발한 슈퍼컴퓨터로 극초음속 무기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파이티움은 이 슈퍼컴퓨터에 쓰이는 칩을 설계해 대만 파운드리인 TSMC에서 만들고 있다. 특히 파이티움은 반도체설계자동화(EDA) 업체인 케이던스·시놉시스 등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의 도움을 받아 칩을 설계해왔다. 미국 정부로서는 적성국인 중국의 무기를 생산하는 데 미국의 원천 기술이 사용되고 있음을 문제삼을 수 있다. 바이든 정부가 결국 파이티움을 블랙리스트 기업에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샌퍼드번스타인의 마크 리 애널리스트는 “파이티움의 반도체는 TSMC에서 생산되고 있다”며 “파이티움이 제재 대상이 되지 않는 이상 TSMC는 이 같은 생산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디트스위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의 미국 소프트웨어 사용률은 85%에 이른다. 미 반도체 장비 의존율(40%)의 두 배가 넘는다. 미국 정부가 마음먹고 중국 기업의 미 소프트웨어 사용을 금지시키면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의 손발을 묶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자국 기업인 케이던스·시놉시스 등과 비즈니스 관계로 얽혀 있는 중국 팹리스에 대한 리스트업에 착수했으며 이들이 만드는 칩이 군용물자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을 살피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바이든 정부의 행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자동으로 연상시킨다. 트럼프는 지난 2018년 보안상의 이유로 화웨이를 각종 규제로 옭아맸다. 그 결과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의 화웨이로의 제품 수출이 막혔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제조) TSMC도 화웨이 칩을 만들지 않게 됐다. 통신 장비 사업에서 세계 1위였던 화웨이의 위상이 크게 축소된 것은 불문가지다.


눈에 띄는 것은 이번에 문제가 된 파이티움의 경우 트럼프가 재임 시절 수출 블랙리스트 기업에 올릴 예정이었지만 시간이 촉박해 뜻을 접었다는 점이다. 당시 트럼프 정부는 이들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림으로써 미국의 기술이 파이티움 등의 중국 기업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를 비롯해 여타 무기들의 개발 속도를 늦추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정부가 파이티움에 대한 규제 착수에 나서게 되면 전임 대통령의 뜻을 이어받아 조치에 나서는 셈이다.


특히 이번 보도는 오는 12일(현지 시간) 반도체 칩 부족 사태와 관련한 백악관 긴급 대책 회의에 앞서 나왔다. 미국 정부로서는 이런 소식을 언론에 흘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동맹국에 보여주는 효과를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삼성전자도 백악관 회의에 참석하는 만큼 미 정부로부터 많은 주문과 압박이 예상된다.


미 의회도 자국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조만간 상원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된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보도되지는 않은 상태다. 하지만 안정적인 반도체 칩을 공급하기 위한 지원 방안 등이 대거 법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나온다. 실제 미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장비 업체의 시설 투자 등에 대한 세액공제, 연구개발(R&D) 비용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이 담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인프라 투자를 통해 미국 반도체 산업에 50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를 늘리고 컴퓨터 칩에 있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보조금 등에 관련 자금이 사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 정부는 칩 제조 시설의 75%가량이 동아시아에 집중돼 있는 데 대한 문제의식이 크다. 그런 만큼 미국 내 시설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각종 대책이 지속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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