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관동대학교 인문도시사업단 전정숙 책임연구원

강릉의 오늘 날씨 섭씨 34°. 하지만 섭씨 40° 이상의 인도에서 고행을 경험한 나에게
이 정도는 별 문제될 게 없다.
요즘 시국에 웬 인도냐고? 그러게 말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와 원숭이 두창에 미칠 듯한 폭염이라는 인도를 말이다.

하지만 나는 지인들의 걱정과 우려를 뒤로하고 과감히 고행의 나라 인도로 향했다.
델리공항에 도착해 인디스탈 건축물을 바라보며 인도에 도착했음을 실감했다.
터번을 쓴 무리들이 잠시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했지만 코로나 이후 첫 여행지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은 8시간의 장거리 비행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높아만 갔다.

자정이 지난 델리공항은 내국인인 인도인들로 북적였으며 외국인은 그리 많지 않았다.
여전히 진행 중인 코로나로 인한 여행의 부자유함 때문이리라.
누군가는 여행의 일미가 낯설음에 대한 가슴 뛰는 설렘이라지만 동시에 우려와 걱정도 한가득 안은 채로 인도여행은 시작되었다.

전정숙 책임연구원
전정숙 책임연구원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현지가이드인 청년 대베스에게 3박 5일을 의지하며
그를 따라 인도의 4성급 호텔로 발길을 옮겼다.
호텔로 들어서자마자 꼭 해보고 싶었던 이마에 빨간 점 빈디(Bindi) 찍기.
호텔 직원이 환영의 인사로 꽃목걸이를 건넨다.
장미꽃을 찧어서 만든 빈디는 제3의 눈이라고 불리는데 갑작스런 불행으로부터 지켜주며,
두통에도 좋다고 한다.

인도에서의 첫 끼니는 다채로운 인도 특유의 향신료가 가득 들어간 호텔 뷔페 요리였다.
자타공인 모든 음식을 편견 없이 다 잘 먹을 수 있다고 자부하던 나였지만
인도의 향신료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었고 그럭저럭 허기를 달래는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델리에서 자이푸르로 가는 길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현지 가이드는 인도는 관광지가 따로 찾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색적인 길거리 관광을 즐비하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정말 그랬다. 양떼와 염소떼가 서로 뒤엉켜 출근하는 모습하며
사막에서나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낙타.
(가이드 왈 "동물들이 대부분 이 시간에 출근해서 저녁 무렵 퇴근을 합니다." 퇴근?)

인도의 신화에 등장하는 힌두교 3대 신 중의 하나인 시바가 타는 소 난디로 인해
신성시 되고 있는 소 무리들과 또 다른 신으로 신격화 되고 있는 돼지들...
가끔씩 등장하는 공작들도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집채 만 한 짐을 실은 트럭과 퍼붓는 빗속을 와이퍼 없이 달리는 버스 안에서
일상이라며 걱정하지 말라는 기사님 덕에 뭐 No problem!!
간절한 눈빛으로 손을 내밀고 있는 맨발의 길거리 소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을까,

인도의 신은 인도의 인구수보다도 더 많다고 한다.
심지어 관광지마다 터줏대감 행세를 하며 여행객의 물건을 뺏는 못된 원숭이도
신이라고 믿을 정도라니... 길거리 풍경만큼이나 놀라웠다.
자이푸르로 가는 6시간은 무척이나 긴 시간이었음에도
인도의 고달픈 삶과 문화를 온전히 엿볼 수 있었기에 그리 지루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둘째 날은 첫 관광지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는 타지마할을 찾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궁전.
무굴제국의 황제였던 샤 자한이 왕비 뭄타즈 마할을 추모하여 건축한 궁전 형식의 묘지다. 40°의 뜨거운 열기로 숨이 막힐 듯 했지만 타지마할의 웅장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에 또다시 숨이 막힌다.
두번째 관광지인 아그라포트(Agra Fort) 역시 웅장함과 거대함으로 보는 이들을 압도했다.
마주하고 있는 타지마할과는 달리 사랑과 배신의 역사가 깃든 곳으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역사 속 흥밋거리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었다.

셋째 날은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사막의 꽃’이라 불리는 자이가르 성과 암베르 성으로 향했다. 성의 외관만 보아도 대단한 유적지임을 느껴졌다.
한때 수도였다는 암베르 성은 흡사 만리장성을 연상케 하는 위용을 보여주었다.

넷째 날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소낙비가 하루 종일 내렸다. 자이푸르에서 델리로 가는 내내
퍼붓는 비 때문에 아쉽게도 제대로 관광지를 둘러보지 못했다.

3박 5일의 짧은 일정동안 인도에 대한 강렬한 추억은 단연 타지마할과 아그라포트였다.
물의 섬이나 다른 관광지들도 물론 인상 깊었지만 내리쬐는 폭염 탓에 기억은 땡볕 너머로 가물가물하고...

그동안 문명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오만가지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으면서 살았는데
여기 인도 사람들은 더워도 덥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카스트제도의 제왕적 군림이 여전히 영혼 속에 자리함일까.
폭염 속에서의 인도여행이 고행길이었다며 잠깐 투덜대보지만
이내 인도인들에 비해 감사할 일들이 너무나 많음을 자각하게 된다.

그렇다.
세상을 살아가며 견뎌야 할 일이 어디 한 두 가지일까?
사사건건 짜증내면 무엇하리...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을...
곧 에어컨이 있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는 터전으로 귀환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요가, 간디, 카레, 향신료, 타지마할, 짜이, 알라딘의 요술램프, 나마스떼 정도의 어줍잖은 상식으로 인문도시사업단에서 지원해 주는 추천여행이라며 얼씨구나 따라 나섰던 인도여행. 인도 카레를 맛보고 타지마할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고 나마스떼를 외치며 현지인과 인사를 나누고, 섭씨 40°의 뜨거운 열기에 부딪혀 보리라 다부진 결심을 하고 떠나온 인도...

내가 마주한 인도는 타임머신을 타고 먼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듯 한 착각과 문명의 발상지 다운 불가사의한 건축물이 고열과 고행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곳이었다. 다녀온 사람들이 왜 인도를 꼭 가봐야 한다고 했는지 나름대로 깨닫게 되었다.

여행은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용기로 하는 것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여권 갱신 후 첫 여행지였던 인도를 뒤로 하고, 곧 다음 여행지인 터키로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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