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칼럼] "소심한 로맨티스트의 사랑" 10cm의 ‘The 3rd EP’

[라온신문 김혜련 기자] 아이돌 음악이 활발했던 2000년대에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다시 한번 인디음악이 주목받게 됐다. 대중매체에서 다년간 소외당하던 인디 장르는 B급 감성과 함께 키치적인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을 통해 기염을 토하게 된다. 실제 ‘장기하와 얼굴들’의 1집 앨범인 ‘별일없이 산다’는 2009년 4만 여장을 팔아치우는데 이는 연간 판매량 18위에 오르는 엄청난 수치다.

 

10cm의 앨범 소개를 하면서 ‘장기하와 얼굴들’을 언급한 이유는 10cm가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릴 무렵 대중들은 ‘장기하와 얼굴들’을 통해 포크 락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실제 ‘장기하와 얼굴들’이 차지했던 인디 씬의 유명세와 포크 락의 아성을 10cm가 그대로 이어받게 된다.

 

 

당시 보컬과 젬베를 연주하던 권정열과 기타와 코러스를 담당하던 윤철종은 1집 ‘아메리카노’로 화려하게 데뷔해 독특한 가사와 함께 중독성 높은 반복되는 멜로디로 한 달 만에 2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단숨에 인디 씬에서 주목받는 신인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당시 최고의 TV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MBC ‘무한도전’에서 2년마다 열리는 ‘무도가요제’에도 참가하는 등의 행보를 통해 큰 사랑을 받게 된다. 아이돌 전성기였던 당시 대중음악계에서 외모나 스타성을 가지지 않고도 음악만으로 10cm라는 그룹에 대중들을 열광하게 됐고 2010년 벅스 뮤직 어워드 인디 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으며,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드 ‘올해의 발견’, 2011년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팝 노래 부문에 선정됐다.

 

10cm의 인기 비결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반드시 언급돼야 할 것은 바로 음악적 역량일 것이다. 포크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어 락과 레게, 라틴 계열을 비롯해 발라드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기타와 젬베만으로 만들어 내는 사운드가 전혀 허전하지 않을 만큼 연주 실력 또한 뛰어났다.

 

10cm의 음악은 평범한 대한민국의 청춘에 포커스를 맞춰 특히 그들이 하는 리얼리티 하면서도 찌질한 연애를 담았다. ‘죽겠네’, ‘안아줘요’, ‘쓰담쓰담’, ‘사랑이 방울방울’ 등의 곡은 포크하면 떠오르는 서정적인 감성이 아닌 솔직한 연애의 감정으로 보컬인 권정열이 연애를 하면서 느낀 감정을 그대로 옮겨뒀다.

 

이러한 감정에 충실한 가사가 담긴 노래들은 청춘일수록 솔직할 수밖에 없는 연애의 감정에 맞닿아 있었고 대중들은 그러한 10cm의 노래를 들으며 공감했다. 아울러 권정열의 독특한 보이스는 10cm만의 시그니처로 그들의 음악에 희소성을 더했다.

 

 

2017년 멤버였던 윤철종이 탈퇴하면서 10cm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온다. 돌연 탈퇴 이후 권정열은 혼자서 10cm의 음악을 이어나간다. 이전의 대놓고 야릇하고 대놓고 찌질한 식의 음악이 아닌 세련된 찌질함을 노래하게 된다. ‘pet’, ‘폰서트’와 같은 곡들은 10cm의 노래 속에서는 언제나 소심한 인물이었던 화자가 상대를 아끼며 배려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 모습이 어딘가 찌질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있어 흐뭇하게 만든다. 

 

 

지난달 11일 10cm가 선보인 앨범 ‘The 3rd EP’에서는 과거 10cm 데뷔 시절의 화자를 비롯해 점점 발전하는 화자를 모두 담아냈다.

 

먼저 권정열 역시 앨범 소개에 언급했듯이 메인 타이틀곡 ‘어제 너는 나를 버렸어’는 10cm의 곡 중 최초로 주인공이 이별을 당했음에도 괜찮은 상황을 담았다. 이별을 한 것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바쁜 생활에 치여 사는 화자에 대한 가사로 그가 데뷔했을 때와 실제로 많이 달라진 연애 스타일을 담아 10cm가 추구하는 연애의 리얼리즘은 그대로 담았다.

 

 

타이틀곡인 ‘가진다는 말은 좀 그렇지?’는 사랑하는 이에게 쉽사리 다가가지는 못하는 소심한 화자의 감정을 담았다. 사랑한다면 흔히들 느끼는 ‘상대의 마음을 모두 가지고 싶다’는 감정에 대해 곱씹어보면서 상대에 대한 배려를 담아냈다.

 

‘열심히 할게’에서는 10cm의 초기 곡들에 뚜렷했던 찌질한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곡이며 ‘Condition’에서는 그의 전매특허인 생활 밀착형 가사를 담았다. 두 곡 모두 어쿠스틱 사운드가 주를 이루는 곡으로 실제 ‘Condition’은 10년 전에 만들었던 데모에서 시작된 곡이라 밝힌 바 있듯이 과거 그의 작품들을 떠올리게 한다.

 

마지막 곡인 ‘Please Don’t Stop Your Singing’은 10cm의 기념일 텐텐절에 팬들을 위해 공개됐던 곡으로 팬들에 대한 고마움의 감정을 담았다.

 

그의 데뷔 초기 스타일의 곡부터 조금씩 변화된 음악 스타일과 더불어 찌질함을 조금씩 벗어가는 화자의 모습까지 한데 묶어놓은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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