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국감에 증인 채택 여부 주목
추가 의혹 제기 및 경찰 수사로 재조명
분조위서 계약취소 여부도 검토…상황 진전

대한민국 국회. [사진=대한민국 국회 홈페이지]
대한민국 국회. [사진=대한민국 국회 홈페이지]

하나은행 전·현직 행장이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로 이번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국감에서는 하나은행이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관련 운용사와 총수익스와프(TRS) 제공 증권사에 펀드 설정 및 운용 관련 지시를 내렸다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펀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피해자들은 1년 새 펀드피해와 관련한 추가적인 정황을 밝혀내는 등 진실 규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가운데 내달 말 개최 예정인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에서도 계약취소 여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국감 증인 채택 시즌…하나은행 함영주·지성규 전 행장 출석 요구 유력


내달 국감을 앞두고 증인 출석 명단이 조율되는 시기다. 내달 5일 진행되는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감은 증인 채택이 마감된 상태며, 6일 금융위원회로 시작되는 금융당국 및 금융회사 관련 증인 채택은 진행 중이다.

2019년 사모펀드 사태가 촉발된 이후로 금융사 전·현직 대표 및 경영진들은 줄곧 소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고소장 관련 증인으로 채택된 삼성증권 장석훈 사장을 제외하고는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 대신증권 오익근 대표, 우리은행 강성모 부행장, 하나은행 박성호 부행장이 모두 라임·옵티머스펀드 등 사모펀드 이슈로 소환됐다.

다만 증권사와 은행 사이에 간극이 존재했다. 증권사는 증인으로 채택된 대표들이 모두 국감에 출석한 반면, 은행은 전·현직 은행장이 국감에 출석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회장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은행장으로 재임한 기간 동안 판매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지난해 증인 채택이 거론됐으나 그를 대신한 부행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부회장은 2015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행장 재임시절 DLF 판매책임과 관련해 2019년 증인 출석이 요구됐지만 처음에는 출석 요구 명단에도 없다가 뒤늦게야 참석이 확정됐다.

이를 두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국회의원은 DLF 사태 관련 은행들이 은행장 출석만은 빼달라고 요구했다며 폭로한 바 있다.

이같이 은행장에 대한 증인 채택은 쉽지는 않지만, 이들에 대한 소환 요구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의 DLF 관련 문책경고 처분 취소 판결로 주목 받은 손태승 회장은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을 통해 국감 증인 출석 명단에 포함됐다. 최종 확정은 아니지만 추후 협상을 거쳐 오는 29일 전체회의에서 그의 참석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경찰 수사 등으로 재조명을 받고 있는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등과 관련해 은행장 소환 요구가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해당 펀드가 판매된 것을 감안하면 DLF로 증인 출석했던 함 지주 부회장이나, 2018년 1월부터 2019년 3월 하나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을 역임한 뒤 2019년 3월부터 지난 3월까지 은행장을 지낸 하나금융지주 지성규 부회장이 증인 채택으로 유력해 보인다.


피해자들, 증인 채택 요청…배진교 의원 “하나은행 관계자 만날 예정”


금융감독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는 하나은행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피해자 대표. [사진=제보자 제공] 
금융감독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는 하나은행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피해자 대표. [사진=제보자 제공] 

피해자들은 국감을 앞두고 국회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및 최근 DLF 패소 관련 금감원 항소 성명서 발표의원(12명)들을 향해 전·현직 하나은행장들에 대한 증인 채택을 요청하고 있다.

이들은 문서를 통해 “10월 정기국회 국감에서는 반드시 하나은행 전·현직 은행장(함영주, 지성규, 박성호)들을 증인 채택해 국민을 기망한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금융기관이라는 이름으로 국민 상대 사기가 발생할 수 없도록 엄중히 질책해주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다만 관련 증인 채택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금융당국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이탈리아 헬스케어에 대한 분조위 개최 요구와 수사 요청이 이미 있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는 이탈리아 병원들이 지역 정부에 청구할 진료비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소개됐으나, 실제 내용과 다르게 불량 채권에 집중적으로 투자된 정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된 상품이다. 펀드의 운용은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CBIM가 맡았는데, 국내에서 JB자산운용, 아름드리자산운용, 라임자산운용 등 7곳에 달하는 운용사가 이 펀드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23일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정무위 소속 배진교 의원은 하나은행이 판매한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가 OEM펀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배 의원은 삼일회계법인의 펀드 실사보고서를 토대로 투자구조상 원래 계획과 실제 사이가 크다면서 중개 역할이었던 주식회사 한남어드바이져스가 CBIM과 하나은행 등을 연결해준 대가로 4%대의 높은 수수료를 취한 점 등을 들어 관계성을 지목했다.

또한 자산의 편입가격이 시장가격보다도 7~8% 높았는데도 하나은행은 이를 PB들에게 축소 설명했으며, 투자 설명서 핵심 내용이 수시로 바뀌었음이 드러났는데도 ‘전혀 몰랐다’거나 ‘속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게 당시 배 의원의 지적이다.

배진교 의원실 관계자는 더리브스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증인신청을 할 계획인지 묻는 질문에 “내일 하나은행 관계자 등을 만나 진행 상황을 들을 예정”이라면서도 “금감원 분조위에 들어가 있는 상태에다 검사 결과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라 추가적으로 다룰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이 갖고 있는 정보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수사가 꼭 진행될 필요가 있다”며 “계속 다루고 있는 사안인 만큼 조금이라도 새로운 사실이 나오면 작은 부분이라도 문제를 지적할 것”이라고 답했다.


해결 실마리 이끄는 피해자들…계약취소 강력 요구


증인 채택 문제와는 별개로, 피해자들은 지속적으로 진실 규명을 요구하며 계약취소와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국회 정무위와 법사위 등에 보낸 내용에 따르면, 6조7000억에 가까운 사모펀드 사태에서 계약취소가 된 펀드는 옵티머스 펀드와 라임무역금융펀드 단 2건이다. 옵티머스 펀드는 투자대상으로 안내한 공공기간 매출채권이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는 채권이라는 이유로, 라임무역금융 펀드는 펀드의 계약체결 시점에 이미 98% 가까운 손실이 확정된 상태였다는 이유로 계약이 취소됐는데,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는 이 두 가지 사항 모두에 해당된다는 게 피해자들의 지적이다.

또한 검찰 형사고소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수사조차 시작되지 않았으나, 그간 피해자연대 및 시민단체, 의원실의 협조 등을 통해 “역외 펀드의 약관, 한남어드바이져스라는 유령회사, 사모펀드 브로커 김현호의 1인 사기극, 하나은행이 수탁사로 계약에 직접 참여한 포트폴리오스왑거래계약서 및 거래확인서등 각종 증거와 정황 등을 찾아 2차에 걸친 형사고소와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제1금융권 금융기관들의 조직적 금융사기사건의 실체를 밝히고자” 노력해왔다는 설명이다.

결국 피해자연대 차원의 적극 대응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3월 피해자들은 CBIM과 한남어드바이져스가 사실상 동일인 소유라는 정황을 포착하면서 한남어드바이져스 김현호 대표이사를 유력한 동일인물로 보고 추가 고소했으며, 지난 9일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해 OEM 펀드 의혹에 결정적인 단서가 나올 수 있는 운용사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날(23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하나은행과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3차 서울경찰청 형사고소에 이르러 금감원은 드디어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에 대해 계약취소 내지 손해배상 여부에 관한 외부법률자문을 의뢰했다”며 “이는 금감원이 지난 1년간 유지해 온 이탈리아 펀드에 대한 기존 입장이었던 계약취소는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견해에서 상당한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연대 관계자는 더리브스와의 통화에서 증인 채택과 관련해 “함영주·지성규 부회장이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와 직결되므로 증인 신청이 유력하다”면서도 “문제의 펀드는 함 부회장의 은행장 시절 기획돼 판매가 시작됐기에 함 부회장이 사건과 더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언급했다.

일정과 관련해서는 이 관계자는 “내일 중 금감원과 하나은행 관계자에 대한 증인 요청이 추진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분조위는 국감이 끝나고 내달 말 정도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은행 관계자는 증인 채택 관련 더리브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증인 요청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일 얘기를 나눌 예정인 만큼 정확히 밝히기 어려운 단계가 지난 후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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