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일회용컵 회수, 재사용·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자원 절약과 환경 보호를 목표로 시행된 정책이다. 하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태도는 국민의 신뢰를 저해하고, 필수적인 시민 참여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일관된 정책의 부재는 제도 도입 이후 불편을 감수하고 동참했던 시민과 업계 종사자들의 노력을 저버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국가 차원에서 친환경 정책을 신뢰하고 투자한 기업들은 현재의 정책 후퇴로 도산 위기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도 도입 이후 현재 제주와 세종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분명한 성과를 보여줬다. 시행 지역에서는 텀블러 사용량이 크게 증가했고, 올해 9월까지 900만 개의 일회용컵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 사례에도 환경부는 전국적인 확대 대신 지자체 자율 시행을 검토하고 있어 답답한 노릇이다.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이슈다. EU는 생수병을 비롯한 일회용 플라스틱병에 보증금제를 도입해 분리수거율을 90% 이상 유지하고 있으며, 북유럽 국가들 역시 커피전문점 등에서 배출되는 일회용컵에 대한 보증금 도입을 검토 중이다. 국제사회의 환경 정책 흐름과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환경부의 정책 방향 전환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획일적인 전국 확대가 어렵다면 단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야 한다. 지자체 자율에 맡길 경우 지자체별로 적용 대상이 달라지며, 이로 인해 정책 실효성이 떨어지고 기업들이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환경 정책은 국민과 국가의 장기적 이익을 위한 필수 과제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통한 순환경제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려면, 정부는 결단력 있게 나서야 하며, 국민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일관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확대하겠다던 보증금제를 뒤에서 몰래 폐기까지 논했던 처신이, 지자체 자율로 맡기겠다고 내놓은 이번 개선안이 개선이 아닌 개악이라는 소리를 듣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