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인 금강산문화회관을 해체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23일 민간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금강산문화회관을 덮고 있던 밝은 회색빛의 돔 형태 지붕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한국관광공사가 거액을 투자한 금강산 관광지구 내 문화회관의 지붕을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초 본격화한 금강산 관광지구의 자체 개발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정부는 명백한 남북 합의 위반이라며 일방적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통일부 이효정 부대변인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3월 해금강호텔 금강산 골프장에 이어 운정각과 현대아산 금강산 사업소, 그리고 최근에는 금강산 문화회관에 대한 추가 철거 동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이 같은 행동이 명백한 남북 합의 위반이며 우리 재산권에 대한 불법적인 침해로서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다."라며 "북한은 지금이라도 일방적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길로 나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해당 사항과 관련해서 이미 지난 4월 11일 정부 입장을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구두로 전달하려고 했지만 아직까지 북측의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의소리(VOA)는 위성사진을 분석해 전날 금강산 관광지구 일대를 촬영한 사진에 돔 형태인 문화회관 지붕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과거 위성사진에서는 뚜렷하게 보였던 밝은 회색 지붕 대신 이를 받치던 틀만 절반 정도 보이고, 지붕이 사라져 내부 공간도 드러났다고 VOA는 전했다.

 금강산 문화회관은 620석 규모 실내 공연장으로, 과거 한국 금강산 관광객들을 위해 북한 측의 공연이 펼쳐졌던 장소다.

 2001년 한국관광공사가 한국 현대 아산으로부터 355억원에 매입해, 다시 현대 아산에 위탁 운영을 맡기는 형태로 운영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는 금강산 온정각과 온천장 등도 매입했는데, 문화회관을 포함한 전체 매입 비용은 900억원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지난달 8일 온정각에 대한 추가 철거 동향을 파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위성사진에선 문화회관 바로 옆에 위치한 금강산 온정각 부지가 콘크리트 잔해로 뒤덮여 있는 장면도 확인됐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0월 금강산을 시찰한 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금강산에선 지난 3월부터 현대 아산 소유의 해금강호텔이 철거되기 시작했으며, 4월엔 한국의 리조트 기업 아난티가 운영하던 금강산 골프장의 8개 숙소동이 모두 해체됐다.

 통일부는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확인을 요청하고 금강산 관광 문제 일체에 대한 협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지만,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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