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식품에 표시되는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대체될 예정인 가운데 식품업계에서 이에 대한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지난 28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2023년 1월 1일부터 식품 날짜 표시법을 유통기한에서 소비기한으로 바꾼다. 소비기한은 식품을 먹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간으로, 실제 먹을 수 있는 기간의 70%에 불과한 유통기한보다 긴 편이다. 다만 우유나 치즈 등 냉장 유통의 중요성이 높은 식품은 2031년부터 소비기한이 적용된다.
"음식물 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해 도입하는 제도 때문에 포장재 쓰레기가 급증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소비기한'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포장재 쓰레기가 급증할 수 있다며 이렇게 우려했다. 모든 포장재에 소비기한을 표기해야 하기 때문에 현행 '유통기한'이 인쇄된 포장재 재고는 전량 폐기 처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소비기한 제도 시행 초기에 일정 기간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통기한이 표기돼 있는 포장재 재고를 소진하는 동시에 소비자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3~6개월 정도 유예기간을 두자는 의견이다.
물론 소비기한 도입에 대해 식품업계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소비기한은 유통기한에 비해 길기 때문에 제품 판매 기한이 늘어나 매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제품 소비량에 맞춰 생산량을 조정할 경우 재고 관리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예기간을 두지 않을 경우 일부 부작용을 우려한다. 유통기한이 인쇄된 포장재는 더 이상 쓸 수 없고 대신 소비기한이 인쇄된 포장재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A 업체 관계자는 "올해 12월 31일까지 출고하는 물량에는 유통기한을 표기한 포장재를 사용해야 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출고하는 제품에는 소비기한이 적힌 포장재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라며 "미리 구매한 포장재들은 전량 폐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식품 업체들의 경우 제품에 사용하는 포장재를 대량으로 구매해 사용한다. 이들 포장재에는 유통기한이라는 단어가 인쇄돼 있다. 여기에 식품업체들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유통기한 날짜를 별도로 찍은 뒤 제품을 출고한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유통기한이 적혀 있는 포장재 재고는 더 많아, 그만큼 포장재 쓰레기가 더 늘 수 있다. 소비기한 적용에 따른 포장재 교체 수량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소 식품업체들까지 포함하면 포장재 쓰레기 발생량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
B 업체 관계자는 "포장재 표기에 대한 법이 바뀔 경우 기존에 사용하던 포장재는 대부분 폐기 처분하게 된다."라며 "소비기한 제도는 거의 모든 식품업체들이 적용받기 때문에 포장재 쓰레기 발생량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 업체 관계자는 "소비기한을 적용하는 취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환경을 보전하기 목적"이라며 "제도 시범 운영 기간을 둬 기업들이 폐기물을 줄일 수 있게 하고, 소비자 혼선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대안으로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일정 기간 동안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을 표기한 제품에 대해 유통을 허가한다면 폐기물 발생 감소는 물론 제도 정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의 병행 표기도 안되고 유제품만 제외한 일괄 적용은 분명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정부가 소비기한 도입과 함께 소비자 보상에 관한 명확한 기준과 보상체계를 같이 마련해야 도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