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최장 20년 동안 갚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오는 9월 대출 만기 연장 및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 프로그램을 종료한 이후 자영업자들의 빚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고자 대출원금과 이자를 최장 20년간 상환하도록 만기를 연장하고 금리할인, 원금 감면 등을 추진한다. 은행권에서는 차주가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전례가 남을 수 있어 '모럴해저드'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날 열린 국민의힘 물가 및 민생안정 특별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소상공인 새 출발 기금(가칭) 세부 운용 방안' 등을 보고했다.

 해당 방안에는 상환 능력이 낮은 취약 차주들에게 최대 1∼3년까지 거치기간을 부여하고, 장기·분할상환 기간을 최장 10∼20년으로 늘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고금리에 따른 과도한 이자 부담을 고려해 대출금리를 중신용자 대출금리 수준으로 조정하고, 부실 차주가 보유한 신용 채무에 대해 60∼90% 수준의 원금 감면을 시행할 방침이다.

 해당 방안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차주들에게 대출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제일 우려되는 점은 대출을 안 갚아도 된다는 전례가 남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코로나로 같은 고통을 겪고도 대출받지 않고 버틴 소상공인의 역차별 등도 간과돼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의 틀을 흔들만한 일이라면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은행의 재원으로 원금을 탕감한다면 고객이 맡긴 돈, 건실하게 거래한 사람들의 돈으로 부실채권을 막아주는 것"이라며 "도덕적 해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은행에는 공적 역할도 있으나 주주가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투자한 기업"이라며 "원금 탕감은 배임이 될 여지가 있다."라고 짚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나 보증 기금을 통해 보증해 주고 100% 대위변제를 해준다면 만기 연장과 금리 조정 등에도 은행이 큰 부담을 지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 않다면 은행권의 리스크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최장 20년이라는 상환 기간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한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나고 여러 업종에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는데 상환기간을 20년까지 연장하는 게 적절한 판단인가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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