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기대 인플레이션이 지난달에 이어 또 오르면서 약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내달 13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 p 인상하는 ‘빅 스텝’이 단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주요 전망기관들도 다음 달 물가를 5%대 후반~6% 초반으로 내다보고 있어 한은이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빅 스텝에 나서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29일 "다음 달 금통위에서 '빅 스텝'을 할지 말지 여부는 다음 주 발표되는 6월 소비자물가가가 얼마나 나오느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을 텐데 6% 대가 나온다면 '빅 스텝'에 동의하는 위원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물가가 5.8%나 5.9% 정도 나오면 조금 애매해질 수는 있겠지만 이 경우라도 '빅 스텝' 소수의견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은이 다음 달 13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사상 처음으로 빅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은에 따르면 2000년도 이후 연간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섰던 때는 2008년(4.7%)과 2011년(4.0%) 두 차례밖에 없었다. 올 들어서도 3월(4.1%), 4월(4.8%), 5월(5.4%) 등 3개월 동안 4% 이상의 물가를 지속하고 있다. 한은 집행부는 내년에도 목표 수준을 넘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 집행부는 지난달 열린 금통위에서 "2008년과 2011년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선 적이 있는데, 두 시기 모두 물가목표를 상회하는 상승률이 1년 정도 지속됐다."라고 말했다.

 금통위원들 역시 자체 지속성을 지닌 인플레이션 발생을 우려했다. 한 위원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지난해 이맘때 시작된 인플레이션이 이미 1년간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에도 목표치를 상회하는 물가경로가 예상되는 만큼 이번 인플레이션의 지속기간은 과거에 비해 길어 보인다."라며 "과거 물가 급등기가 1년 정도 지속됐던 만큼 인플레이션 지속기간이 과거 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위원도 "(5월 경제전망에서)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두 번째로 높은 4.5%로 상향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여전히 커 보인다."라며 "물가 상승 압력이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함께 나타나고 유가와 식량가격 상승, 원화 가치 하락 등의 충격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그 강도와 지속성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대인플레이션과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의 물가 파급효과가 이전에 비해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기대인플레이션에 대한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확대됐다."라고 말했다.

 한은 외부에서도 물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 은행(IB)도 잇따라 한은이 다음 달 금통위에서 빅 스텝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앞서 이미 JP 모건과 씨티은행은 다음 달 '빅 스텝'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바 있다. 모건스탠리는 '인플레이션이 6%대에 진입할 경우'라는 전제를 달은 후 빅 스텝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도 최근 발표한 물가 안정 목표 운영상황 보고서에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수준인 4.7%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내다봤다.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2008년과 비교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연간 5%대 물가 상승률까지도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역시 다음 달이나 7, 8월 중 소비자 물가가 6%대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26일 오전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미국, 유럽 등이 30~40년 만에 최고의 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6월 또는 7~8월에는 6%의 물가 상승률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단기간 내 떨어지면 숨통이 트일 텐데 상당 기간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 부총리는 "기본적으로는 국제 유가상승, 원자재 가격, 국제 곡물가 급등의 영향을 필연적으로 받고 있다."라며 "코로나19 대응 과정에 전 세계에서 돈이 굉장히 많이 풀렸기 때문에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기대인플레이션 기대치도 커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전월보다 0.6% 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월대비 상승폭도 0.6% 포인트로 2008년 7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폭을 기록했다. 직전 최고 상승폭은 2011년 1월의 0.4% 포인트였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3~4분기(9개월~1년) 후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한은은 “기대 인플레 상승은 외부 요인인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주요국의 금리 인상 예고 등에 따른 것으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경기둔화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만 “소비 관련 지표가 아주 나쁘지 않은 상태로, 물가 등 관련 대책이 체감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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