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형증권사 이상” 찾는 우리금융...유안타·삼성證 선망
- 매각 의향 증권사 아직 없어...연내 인수 어렵단 시각도
- 임 회장, 과거 취임 6개월 내 증권사 인수 이력에 기대감

우리금융지주 임종룡 회장. [그래픽=김현지 기자]
우리금융지주 임종룡 회장. [그래픽=김현지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숙원사업으로 증권사 인수를 고대하고 있는 가운데, 인수 후보로 증권사들 몇몇이 거론되고 있을 뿐 아직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

다만 우리금융이 증권사 인수에 성공한다면 도약은 시간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는 금융지주사 중 4-5위권이지만 증권사를 품으면 사업 규모 확대로 순위가 올라갈 여지가 커져서다.

연내 증권사 인수 계획을 천명한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이 과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임기 6개월 만에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한 것처럼, 쉽지만은 않아 보이는 과업을 또 이룰지 주목된다.


우리금융이 눈독들인 증권사들


최근 우리금융지주 인수와 관련 거론돼온 증권사들 중에는 유안타증권과 삼성증권이 있다. 두 곳 모두 우리금융이 인수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해보이지만 규모나 리테일 면에서 이상적인 조건을 갖췄다는 점에서 자주 언급이 됐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인수 관련 사실무근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1분기 기준 자기자본 규모가 1조5592억원인데다 위탁영업 수익 비중이 32%로 리테일이 강해, 우리금융이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희망하는 ‘중형증권사 이상’ 기준에 가장 부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증권은 자기자본 규모 6조3306억원으로 대형사인데다 대주주 문제로 아직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지 못한 부분 외에는 이미 초대형 기업금융(IB) 인가를 받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서 지주사들이 꾸준히 탐을 내는 증권사다. 위탁영업 수익 비중도 55%에 달하는 리테일 강자다.


인수만 하면 되는데


그간 우리금융은 금융지주사임에도 증권사나 보험 등 핵심적인 비은행 계열사가 없어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금융지주 순위에서 하위권을 기록해왔다. 올해 1분기에는 NH농협금융그룹에도 실적이 밀려 4위 자리를 내주는 등 취임 첫해를 맞은 임 회장이 체면을 구겼다.

이에 우리금융은 올해 벌써 다올인베스트먼트 지분 52%를 2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M&A 행보를 이어왔다. 여기에 연내 증권사까지 품에 안으면 우리금융에는 여러모로 호재다. 현재 인수 기대감에서인지 우리금융은 이달 금융지주 중 브랜드 평판 1위에도 올랐다.

업계에서도 우리금융이 증권사 인수로 초대형 IB에 발행어음 인가까지 받으면 금융지주 상위권 자리도 넘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초대형 IB의 핵심 사업으로 일컬음을 받는 발행어음 인가는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KB증권 4개사만 받아 타증권사 대비 경쟁력을 누리고 있다.

이와 같은 기대감에서인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단순 투자 목적이라지만 우리금융에 대한 주식 취득 방법을 간접취득형태에서 직접 형태로 전환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18일 우리금융 주식 728만605주를 약 852억5588만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현재 우리금융 주식 802만5395주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오는 24일 추가로 728만605주를 취득하게 되면 우리금융 주식은 총 1530만6020주로 늘어 지분 2.1%를 보유하게 된다.


매각 의향 증권사 ‘아직’…쉽지않네


여의도 증권가. [사진=김은지 기자]
여의도 증권가. [사진=김은지 기자]

업계는 우리금융이 추진 중인 증권사 인수에 대해 대체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우리금융이 타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리테일 기반이 확보된 증권사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조만간 인수 대상이 되는 증권사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하지만 임 회장이 선호하는 증권사들은 정작 매각 의사를 부인하는데다 아직까지 인수를 희망하는 증권사가 공개적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 만큼, 연내 증권사 인수가 가능할 지 의구심을 품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우리금융지주는 다른 금융지주에 밀리는 약점이 비은행 특히 증권사가 없는 것”이라며 “좋은 회사를 인수하고 싶어는 하지만 실제 자금력은 대형사를 사기엔 부족하고 최대로 산정을 해봐야 3조원 규모란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금융이 대형사인 삼성증권을 인수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더더욱 불가능한 셈이 된다. 삼성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3조원을 이미 넘는데다 최근엔 ‘모니모’를 중심으로 삼성금융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그룹 규모만 봐도 삼성그룹이 우리금융을 훌쩍 앞선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은 삼성금융계열사를 모아 삼성금융네트웍스도 만들었으며 통합 금융앱인 ‘모니모’ 활용은 물론 IB딜도 같이 진행하고 있다”며 “결정적으로 이재용 회장이 올해 직원 격려차 삼성증권 본사를 방문했는데 매각할 회사에 굳이 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우리금융은 2014년 지금의 NH투자증권이 된 우리투자증권을 매각하면서 아쉬움이 컸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이에 임 회장에 대해 인수 기대감이 큰 상황인데 사실상 그 주변에서도 그룹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증권사 인수를 위해 매각 눈높이를 낮추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4대 시중은행을 보유한 금융지주답게 이에 맞는 레벨을 원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냉소적인 시선도 있다. 하지만 과거 우리투자증권 매각과 관련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당시에는 금융지주가 워낙 커서 민영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 분리를 하지 않는 이상 어려움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던 것”이란 얘기도 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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