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머니무브’ 우려한 금융당국, 은행권 수신금리 인상 경쟁 자제 요청
- 시중은행 관계자 “예대금리차 공시하면서 인상 자제, 말 안 맞다”
- 제2금융권 자금 조달 우려 ‘기우’인가...“기준금리 인상에 올렸다”

[사진=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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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수신금리를 인상하라고 했던 금융당국이 이번엔 은행권에 예‧적금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당국도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수신금리 인상으로 업권 간 자금확보 경쟁이 과도해지면 은행권에 비해 유동성이 덜한 제2금융권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다만 이같은 당국의 요청에 은행권은 다소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불과 5개월 전부터 예대금리차 공시가 시작된 것도,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것도 모두 당국이 함께 요구한 사안들이었기 때문이다.


당국, 은행 예금으로 자금 몰리는 현상 심하다고 봐 


금융당국은 시중 자금이 안정 자산인 은행 예금으로만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심해지고 있어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3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권 자금흐름(역머니무브) 점검‧소통 회의’를 개최해 은행의 정기 예금으로 자금의 과도하게 이동하는 현상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자리에는 금융협회, 연구기관, 업권별 금융회사 등이 참여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은행권의 경우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반면 제2금융권이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는 등 업권 간 자금조달 여건의 차별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업권간 또는 업권내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향후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당국은 자금 흐름 상황을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변화에 따른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예대금리차 공시와 충돌 느낀 은행권


은행권에선 이러한 당국의 요청이 다소 앞뒤가 맞지 않다고 느끼는 분위기다. 은행은 정부의 요구로 매달 예대금리차 공시를 시행 중인데 은행의 수입인 일정 수준의 예대마진을 위해서는 수신금리를 조정하는 만큼 결국 대출금리 역시 그냥 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대금리차는 대출 금리에서 예금 금리를 뺀 값, 즉 ‘예금 및 대출 금리차’다. 앞서 은행들은 금리인상 기조 속에서 막대한 예대금리차로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는 예대금리차 공시가 시작된 배경이다.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예금 금리는 뒤늦게 인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된 게 예대금리차 공시라면, 예금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는 당국의 요구가 은행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 있다. 대출 금리를 함부로 더 올리기는 어려운 만큼 수익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게다가 예대금리차 공시가 현재 효과가 없는 상황도 아니다.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가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 은행권의 예대금리차는 감소하는 추세로 확인됐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7월 신한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3.02%에서 지난 10월 4.15%까지 올랐고 가계예대금리차는 같은 기간 1.65%p에서 1.07%p까지 줄었다. 국민은행의 경우 같은 기간 저축성 수신금리는 2.99%에서 4.15%로 올랐고 가계예대금리차는 1.43%p에서 0.70%p로 인하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은행들은 당연히 예대금리차 공시를 궁금해하고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당국에서 (예금 금리 인상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한 것이기에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당국에서 예대금리차 공시는 공시대로 하는데 예금 금리를 올리는 것을 자제해달라는 것은 말이 안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따라 예금 금리 올린 것”


일각에서는 예대금리차가 예금 금리 인상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예대금리차 공시를 의식해서 예금 금리를 인상한 것이 아니라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자연스러운 인상이라는 설명이다.

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계속 올랐기 때문에 예금 금리가 올랐던 것이지 은행도 금리를 그렇게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며 “공교롭게 금리 인상 시기에 겹쳐서 공시가 시작돼 예대금리차를 공시한 이후로 예금 금리가 많이 올라와 보이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에 대해 자금 조달을 우려하는 것과 별개로, 저축은행에서도 제1금융권 은행들과 수신금리 인상을 두고 경쟁한다기보다는 기준금리 자체가 오른 영향이 크다는 설명도 나왔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예금 금리를 올린) 은행 때문이 아니라 기준금리 자체가 올라가서 예금 금리를 올렸다”고 말했다.

임서우 기자 dlatjdn@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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