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여름부터 연쇄적으로 불거진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많은 금융 소비자 피해를 야기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되고 금융사들이 내부통제를 재정비하는 등 의미 있는 진전은 있었지만, 피해 구제 절차는 온전하지 않아 시간이 갈수록 남아있는 피해자들의 고통은 가중된 모습입니다.

더 나아가 피해자들은 금융사들의 잘잘못을 입증해야만 원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 처지에 놓이게 된 만큼, 철저한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볼수록 얽히고설킨 사모펀드 사태. 이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고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해소되며 금융시장에 정의가 바로 서기까지, 끝까지 진실을 추적하고자 합니다.

2020년 2월 14일 대신증권 라임자산운용 펀드 피해자들이 대신증권 본사 앞에서 판매 책임을 요구하는 집회 시위를 개최했다. [사진=김은지 기자]
2020년 2월 14일 대신증권 라임자산운용 펀드 피해자들이 대신증권 본사 앞에서 판매 책임을 요구하는 집회 시위를 개최했다. [사진=김은지 기자]

대신증권 경영진에 대한 라임자산운용 펀드 관련 금융당국의 제재 심의가 여전히 표류 중인 가운데 내부통제 문제를 넘어선 징계 요구가 고개를 들고 있다.

피해자들은 펀드 출시에 앞서 이뤄져야 하는 검토 절차가 생략된 채 회사 승인이 이뤄지도록 내규가 개정된 배경 등에 대신증권의 경영진이 있을 거라며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그간 대신증권과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내려진 반면 경영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어떠한 처벌이나 책임 문책도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신증권 경영진 제재 1년 넘게 표류 중


대신증권 경영진에 대한 제재 절차가 1년이 넘게 표류 중이다.

라임 피해자 A씨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지금 양홍석 부회장과 나재철 전 사장에 대한 제재는 금융위원회에 올라가 있는 상태로 1년이 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2020년 2-3월 현장검사 등을 기반으로 지난해 말 대신증권과 임직원 13명에 대해 영업점 폐쇄와 과태료 및 정직·감봉 처분 등을 내렸다.

다만 이는 자본시장법 위반사항에 대해 분리해 먼저 조치된 것으로, 내부통제를 근거로 중징계인 문책경고 대상에 오른 양 부회장과 나 전 사장에 대한 제재는 빠졌다.

금융위는 금감원이 결정한 CEO 중징계에 대해 최종 의결을 내린다. 문제는 금감원이 내부통제 책임을 근거로 내린 금융사 CEO 중징계 결정에 반기를 든 징계 취소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제재 결정이 나오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 내부통제 문제 아닌 경영진 지시 문제로 봐


피해자들은 대신증권 경영진 제재가 단순히 내부통제 책임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본사 차원에서 라임 펀드 판매에 앞서 일부 절차를 생략하도록 승인이 이뤄진 만큼 양 사장 등 핵심 경영진이 판매를 사실상 주도했을 거라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A씨는 “피해자들이 보는 것은 사실 내부통제 책임이 아니고 양 사장이 실제로 주도했느냐의 문제”라며 “단순히 아래 직원에 대한 통제 부실 정도로 축소해서 마무리하려고 하는 것을 항의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7월 분쟁조정 결과에 따른 결정문을 보면 라임운용이 2017년 9월 19일 대신증권 투자상품부에 라임 펀드 출시를 제안하자 투자상품부는 위 펀드들이 반포WM센터에서만 판매될 것이라는 설명을 들은 후 리스크관리부에 위 펀드들의 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리테일상품 리스크검토’를 의뢰했다.

그러나 리스크관리부는 라임 테티스 1호 펀드 및 타이탄 1호 펀드 출시와 관련 ‘리테일 금융상품 리스크검토위원회’를 통한 심의 절차를 생략했고 부서 자체적인 리스크 검토를 통해 2017년 9월 25일 펀드 출시를 승인했다. 리스크관리부는 위 검토를 위해 작성한 보고서에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출시담당 부서인 상품기획부에는 전달되지 않았으며, 이후 출시한 라임 펀드의 경우도 블라인드 펀드라는 이유로 심의절차가 생략됐다.

금감원은 결정문을 통해 “펀드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기초자산을 알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리테일 금융상품 리스크검토위원회의 심의절차를 생략했고 피신청인의 리스크관리부 또한 같은 이유로 리스크 판단을 보류한 채 펀드 출시를 승인하는 등 실질적인 리스크 검토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금융위 “경영진 불법 지시는 금감원에 얘기해야”


금융위 관계자는 내부통제 관련 최종 중징계 결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법원 판결이 엇갈리고 있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최근 CEO 중징계는) 동일한 법 적용과 관련된 문제이기에 지금 제재를 내리더라도 소송으로 다시 갈 수 있다”라고 답했다.

다만 내부통제 문제와 별도로 판매 지시 책임과 관련한 CEO 중징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이 관계자는 “경영진에 법 위반 사항이 있는지는 금감원과 얘기해야 될 부분인 것 같다”며 “금감원에서 검사를 해서 법 위반 사항들을 뽑아 의결을 올리면 금융위에서 의결을 하는 부분이기에 금융위 쪽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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