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도인출 확인 녹취서 인정 언급…착오소지 지적 제기돼
- 피해고객 측, 사고 파악 후 지점 방문했으나 사측 공식 언급 ‘아직’
- 사측, “확약서와 녹취록, 객관적 증거…구제 어렵다” 일관된 입장
- 내부통제 입장 차 ‘평행선’…“책임 있다” vs “해당 사항 아니다”

우리은행 본점. [사진=김은지 기자]
우리은행 본점. [사진=김은지 기자]

우리은행 부지점장이 고객 돈을 횡령한 건과 관련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1일 더리브스가 앞서 보도한 ‘우리은행, 고객 돈 횡령 의혹에 소극적 대응 논란’ 제보자인 피해고객의 딸 A씨는 우리은행에서 걸려온 중도인출 확인전화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을 제공했다.


“중도인출 인정 발언 나왔지만 착오소지”…직원 금액 언급 소리도 ‘희박’


A씨는 어머니가 중도인출을 인정하는 발언은 하셨지만 착오소지가 충분히 있다는 입장이다.

본지가 제공받은 2016년 11월 11일자 녹취파일에 따르면, 우리은행 고객 서비스 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직원이 “10월 6일 저기 보험 중도인출 하셨죠”라고 물으니 피해고객은 “네”라고 답했다.

이어서 직원은 “또 10월 27일도 1000만원 하셨고”라고 물었지만 금액 소리는 희박하게 들렸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질문 형태보다는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였으나, 이 역시 중도인출 여부를 묻는 물음으로 인지한 듯 피해고객은 “네”라고 답한다.

그러나 곧장 중도인출 여부를 묻는 직원의 물음에 피해고객이 “왜요”라고 말하자, 직원은 “보험 관련해서 중도인출이 일어나서 확인하려고요. 고객님이 직접 하셨는지 해가지고요”라고 설명한다.

A씨는 어머니가 “제가 했어요. 왜 그런 걸 확인해요”라고 답한 부분에 대해 본인이 직접 인출한 건에 대한 확인으로 인식하고 언급했을 거라는 설명이다. 직원이 “중도인출 한 거라 혹시라도 해서”라는 말에도, 피해고객은 “중도인출 쓸 수도 있는 거지요. 내 돈 갖고 내 맘대로 하지요”라고 답한다.

마지막으로 직원은 녹취에서 “혹시라도 해서 저희들이 한 가지만 더 여쭤볼게요. 옛날에 그 저 청약저축 많이 들어있던데 그거 왜 해지하셨어요?”라고 물으니, 피해고객은 “청약저축이요? 필요해서요”라고 말한다.

직원이 “너무 아깝잖아요”라며 그것도 본인이 해약하신 건가요?”라고 질문하니 피해고객은 “네”라고 답하면서 대화는 이내 종료됐다.

녹취록을 토대로 보면, 중도인출 날짜는 들렸으나 구체적인 상품명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정확한 금액은 희박하게 들려 착오소지가 있다는 게 피해고객 측의 설명이다. 피해고객 측이 실제 중도인출한 날짜를 잊었거나 날짜 자체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면 충분히 착오소지가 있는 셈이다.

A씨는 “당시 어머니가 밭일을 하다가 전화를 받으셨다고 들었다”며 “지금 녹취록을 제가 들어봐도 길지 않지만 여러 번 들어야 내용이 이해되는데 어머니가 본인이 직접 신청한 중도인출 건으로 착각하고 대답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 “녹취록·확약서 확보로 피해구제 어렵다” 입장 일관


반면 은행 측은 중도인출 자체에 대해서는 고객이 인정한 녹취록을 확보했기 때문에 여전히 피해 구제가 어렵다고 말한다. 이는 피해고객 측 역시 녹취록을 갖고 있다고 밝히기 전에도 은행 측이 전해온 입장이다.

피해고객 측은 올해 9월 6일 알게된 바, 2016년 중도인출이 총 4번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피해고객이 직접 중도인출한 2월 18일과 5월 24일 건 외에 부지점장이 진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동부생명 저축보험 인출 정황이 드러난 2016년 10월 6일과 10월 27일을 포함해서다.

더리브스 취재 결과, 우리은행 측 역시 피해고객 본인이 실질적으로 진행한 2건이 있었다는 내용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중도인출 전화는 본인이 진행한 부분 외 2건에 대해서만 확인이 이뤄진 사실도 언급됐다.

지난달 30일 우리은행 관계자는 더리브스와의 통화에서 “중도해지됐다는 부분은 사실이다”라며 “그 부분을 인지하고 계셨으니 중도해지된 것은 인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의심 거래를 감지하고 녹취록이나 확약서 등의 자료를 받은 만큼 구제가 어렵다는 점도 반복했다. 이 관계자는 “2016년 10월 영업점 특별검사를 나가서 해당 지점에 있었던 거래들을 보고 조금 의심스러운 거래들에 대해 조사를 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한 것”이라며 “당시 나갔던 검사역이 해당 고객 건에 대해서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어 직접 전화한 뒤 본인이 직접 해지했는지 시간, 금액 등을 언급하면서 확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가 어떻게 보면 객관적인 자료나 근거들이 있는데 이를 확보한 이상 고객한테 배상을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덧붙였다.

피해고객 측에서는 명의도용으로 만들어졌다고 증거가 제시된 확약서의 경우에도 “인감증명서가 위조된 것도 아니고 정상적으로 발급된 것이고, 솔직히 확약서라는 부분은 작성이 어떻게 됐는지 진위 여부를 확인을 할 수가 없다”며 “부지점장님이 살아계셨다고 하면 이거를 본인이 와서 작성을 하셨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인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결국 은행 측은 서류상으로 봤을 때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저희가 확인할 수 있는 건 고객이 발급한 인감증명서가 첨부됐고 거기에 해당하는 인감도장이 날인됐다는 부분 때문에 저희가 확약서를 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A씨 “부지점장 사고 직후 지점 방문해 전후 관계 들었다”


A씨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피해사실 진술서에 따르면, 피해고객인 60대 후반 연세의 어머니는 우리은행이 한일은행이던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거래를 이어온 우리은행 단골 고객이다. 이 과정에서 B씨를 알게 됐고 10년 넘게 관계를 지속해왔다는 설명이다.

그러던 중 지난 9월 5일 B씨가 어머니에게 직접 돈을 빌리러 찾아와 2억5000만원 가량의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한 일이 있었다고 A씨는 전했다. 이에 어머니는 가족들도 모르게 본인의 노후자금으로 가입해 B씨가 관리해주던 동부생명 저축보험에 대해 불안감을 느껴 다음날 9월 6일 동부생명 콜센터에 전화한 결과, 본인도 모르게 두 차례에 걸쳐 중도인출이 진행된 사실을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같은 날 6일 오후 1시 40분경 우리은행 J센터에 방문해 사실여부를 확인한 결과, 어머니는 B씨로부터 다른 고객이 요청한 중도인출을 어머니 계좌에서 전산실수로 처리하게 됐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A씨는 전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9월 7일 오전 약속된 금액이 입금되지 않아 확인해보니, 은행에 무단결근한 B씨는 A씨의 어머니와 만난 이후인 퇴근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해당 사실을 듣고 J센터에 방문해 지점장과 면담을 진행했으나 개인적인 일탈이라는 답변만 들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이후 9월 13일 은행에 재방문해 면담을 통해 추가적인 정황을 파악한 A씨와 피해자인 어머니는 지점장으로부터 ‘피해금액이라도 알고 있어 다행’이라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A씨는 “B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날 고객 예치금 횡령 건에 대한 첩보가 들어와 저녁 7시까지 면담했다는 사실과, 지점장으로부터 ‘어머니는 그래도 피해금액이라도 정확히 알고 있다면서 현재 피해사실이 있는 다른 고객은 기간이 오래 되서 누가 인출했는지 금액조차 확인이 안 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현재 감사실에 보고돼 은행 본사 측에서 어머니 외에도 다른 피해자도 있음을 파악했고 조사 중이니 기다리라는 답변만을 듣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A씨는 그 이후 은행에서 아무런 답변이 없자, 매일 자책감과 불안함에 쇠약해진 어머니를 대신해 은행을 방문하고 여러 자료들을 확인해왔다는 설명이다.

한편, 사측은 피해자가 지점장을 만났다는 내용이나 제시한 횡령 증거들에 대해서는 “주장” 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을 뿐, 구체적으로 따로 언급한 내용은 없다.


물증 없인 주장으로만 여겨지는 현실…내부통제 문제제기도 입장 ‘평행선’


피해고객과 사측 모두 녹취록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양측 입장은 평행선인 상황이다.

피해고객 측은 본인확인 답변 시 착오소지가 있는데다 중도인출 확인 다음날 해당 지점에 방문해 지점장으로부터 정황을 설명 받았기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영상이나 녹취라는 물증이 없어 부지점장 횡령 사실 자체에 대해서도 주장으로 여겨지는 현실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은행에 피해사실을 알리기 전까지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것이면 내부통제 책임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A씨는 “어머니가 은행에 피해사실을 알리기 전까지 우리은행은 내부직원의 고객예금 횡령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직원의 부정행위를 관리 감독하는 우리은행 내부의 통제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며 “또한 고객의 피해사실이 밝혀진 이상 고객의 피해회복에 대하여 즉시 대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내부 직원의 비위 및 은행의 부실한 대응사실이 외부로 유출되는 상황을 막고자 하는 데만 급급했고 녹취록을 근거로 그저 B씨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하고 덮어버리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재발 방지를 위한 당부도 전했다. A씨는 “어머니의 피해는 지금 드러났지만, 아직 많은 고객들이 본인이 피해를 당했는지조차 모르고 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며 “서민이 믿고 맡긴 돈을 명의도용 및 전표조작을 통해서 불법 출금하는 직원과 그런 행위를 걸러내지 못하는 느슨한 내부통제시스템, 그리고 녹취록을 근거로 책임회피로 일관하는 은행의 대처에 힘없는 서민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싶다”고 언급했다.

반면 사측은 사전에 문제를 방지해내는 내부통제 책임 문제로 언급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2016년과 5년이 지난 현재와는 차이가 크다는 측면에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저희가 모든 거래에 대해서 다 건건이 다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느 은행도 그렇게 하고 있는 데는 없다”며 “이게 지금 본인이 와서 거래를 했는지 안 했는지에 대해서 확인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인데 영상 자료나 이런 게 없다보니까, 본인이 와서 거래를 진행했다면 본인이 앞에 있는데 확인 전화를 어떻게 하겠느냐”고 설명했다.

이어 “검사실에서 전화를 하고 확인한 것 자체도 의미 있는 게 아닐까 싶다”며 “이렇게 안 하고 넘어가는 것들도 많이 있을 것”이라며 “지금이야 자동적으로 확인전화 등이 시스템 상으로 돼있다. 2016년과 지금은 또 많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확약서랑 녹취록이 있기에 정상적인 거래라는 점도 다시 강조됐다. 이 관계자는 “명백하게 증거가 있는 이상 배상을 하게 되면 배임 이슈가 있다”고 언급했다.

피해자가 녹취록을 공개했다고 밝힌 이날(1일) 재확인한 사측 답변에서도 “저희는 정확히 중도해지 확인 사실을 고지했고 이런 내용을 언급한다면 주의 깊게 들으셔야 했을 것”이라며 “농사를 짓다가 전화를 받으신다고 해도 ‘내 돈 가지고 내 마음대로 하는데 언제 하느냐’라는 정도까지 얘기하셨다는 건 확실하게 인지한 것으로 보이고 문의한 부분에 대해 확답을 주신 것”이라고 답했다.

확약서에 대해서는 “서류상으로 남아있는데 이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인감과 인감도장이 들어가 있는 확약서는 서류상으로는 확약이 됐다는 부분이지만, 녹취록이 가장 결정적인 계기”라고 강조했다.

한편, 양측 입장이 크게 엇갈리는 가운데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논란이 가중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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