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철

사회2부



중국 후한 말 영제가 어린 나이로 황제에 등극하자 권력을 잡고 조정을 농락한 10명의 환관이 있다. 바로 ‘십상시(十常侍)’ 이야기다.

이들은 황제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입맛대로 권력을 휘둘러 나라 전체를 도탄에 빠뜨렸다. 수백 년 역사의 한나라가 망하는 데는 채 수년이 걸리지 않았다. 이들이 끼친 악한 영향력은 실로 지대해서 이후 중국은 400년 이상 난세를 겪어야 했다.

최근 칠곡에서도 이 같은 십상시를 빗댄 ‘칠곡 오상시’에 대한 소문이 떠돌고 있어 흥미롭다.

떠도는 소문의 내용은 김재욱 칠곡군수 취임 후 5명의 측근 인사가 군의 대내외 행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 초 주민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촉발된 칠곡 오상시에 대한 소문은 SNS를 비롯해 주민들 사이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그 실체에 대한 궁금증도 커져만 간다.

초반만 해도 ‘요즘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느냐’, ‘과장이 심하다’ 등 소문의 진위를 부정하는 여론이 우세했지만, 갈수록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라는 등 점차 소문이 정설로 굳혀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하는 것은 최근 칠곡군의 잇따른 측근 인사다.

예전에는 새로운 단체장이 선출되면 신뢰하는 공무원을 추려 중요 보직에 앉히거나 점령군식의 발상으로 전리품을 챙기는 방식의 선거 유공 인물을 기용하는 행태를 보였다. 1990년대 말만 하더라도 통용됐고, 그게 상식에 가까웠다.

이 같은 행태는 도시보다 군 단위 지자체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당시만 해도 군수는 지역사회에서 거의 왕처럼 떠받들어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21세기 첨단의 시대에서 세기말 악·폐습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면서 터무니없는 것처럼 여겨졌던 오상시 소문도 힘을 받는 모양새다.

칠곡주민들은 그렇게 우매한 백성이 아니다. 70년 전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던 나라의 운명을 지켜낸 곳의 백성이 아니던가.

측근들이 앞에 나서고, 몇몇이 군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며, 특정인을 선거에 내세워 민심을 어지럽히는 상황이 지속되면 그 권력은 부패하기 쉽다.

이러다 보면 공적 시스템 또한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자칫 칠곡군이 산으로 가는 형국이 돼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소문의 진위는 차치하고 더 이상 오상시가 주민들의 술안주로 오르내리는 상황이 지속되면 안 된다.

단순히 작금의 소문을 부정하기보다는 소문에 불과할 뿐이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칠곡군이 공정하고 투명한 의사결정으로 군의 미래 100년을 다지는 디딤돌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 본다.





이임철 기자 im72@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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