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토종 브랜드’ 오뚜기, 해외 드라이브 거는 까닭

[ 더리브스 ] / 기사승인 : 2025-10-24 09:46:1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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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황민우 기자]
[그래픽=황민우 기자]




오뚜기가 ‘국내 토종 식품기업’ 이미지를 넘어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를 ‘글로벌 도약 원년’으로 선포한 오뚜기는 미국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현지에 생산기지를 확충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재료값 상승과 시장 침체가 맞물리면서 오뚜기는 더 이상 ‘서민적 브랜드’ 이미지로만 버티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오뚜기가 해외 매출 확장으로 체질 개선을 이루려는 이유다. 해외 매출이 증가하면 국내 가격 인상 압박도 일부 상쇄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해외 확장 본격화





오뚜기는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10.8%로 5년 만에 최고 높은 수준이다. 미국·베트남·중국·뉴질랜드 등 네 곳에 해외 법인을 운영 중인 오뚜기는 글로벌 시장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생산 시설 및 물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 라미라다 지역에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며 오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현지에서 라면·즉석식품 수요가 K-푸드 열풍과 함께 급성장하면서 오뚜기는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기지 구축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베트남은 이미 지난 2018년 하노이 인근에 설립 박닌공장에서 라면과 소스 제품을 생산해 주변국으로 수출을 하고 있다. 공장 내에는 할랄 인증 생산라인도 갖춰 동남아와 중동 등 이슬람권 시장으로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서민 브랜드’ 한계






오뚜기. [그래픽=황민우 기자]
오뚜기. [그래픽=황민우 기자]




오뚜기는 오랫동안 가성비 좋은 브랜드 이미지로 서민 식탁에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인건비가 모두 오르면서 더 이상 낮은 가격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했다.



지난 4월 1일부터 오뚜기는 라면 16종 출고가를 평균 7.5% 인상했다. 대표 제품인 진라면은 716원에서 790원으로, 용기면은 1100원에서 1200원으로 약 10% 가격을 올렸다. 부득이한 인상이었지만 오뚜기는 이로 인해 서민을 위한 착한 기업 이미지를 잃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내수 시장 침체와 경쟁 심화는 식품업계 전반이 공통으로 마주한 문제지만 오뚜기가 가진 가성비 높은 토종 브랜드라는 정체성이 가격인상에 따른 반감을 보다 크게 야기한 셈이다. 가격을 올린 데 대한 효과도 미미했다. 올해 상반기 오뚜기는 매출액이 1조82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가량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026억원·6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 26%씩 하락했다.





해외 매출 확대로 체질 개선





종합해보면 오뚜기는 내수 시장 한계를 극복하고자 해외 시장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단기적인 실적 향상보다 중장기적인 체질 개선에 무게를 두면서다. 오뚜기는 향후 5년 내 해외 매출액 1조1000억원 달성을 목표 삼았다. 현재 10% 수준인 해외 매출 비중도 3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성과는 가시화되고 있다. 올 상반기 오뚜기는 해외 매출액이 19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3% 증가했다. 해외 매출은 연간으로도 꾸준히 증가해 왔다. 오뚜기는 지난 2022년 해외 매출액이 3000억원을 돌파한 후 2023년 3325억원, 지난해 3614억원으로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왔다.



오뚜기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질수록 내수 부진에 따른 타격을 완화할 수 있다. 현지 생산을 늘리면 환율·물류비 등 원가 부담을 분산하는 효과를 낼 수 있어 국내에서 물가 상승에 따라 가격을 올려야하는 물리적 압박을 일부 상쇄할 수 있어서다.



오뚜기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최근 매출은 소폭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고환율·식품원자재 상승, 유틸리티 비용,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해외의 경우) 올해 상반기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정도의 성장을 하고 있으며 라면을 중심으로 즉석밥·피자·만두 등 냉동 간편식 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규모가 큰 미국 시장과 오뚜기의 현지 공장이 있는 베트남을 필두로 한 동남아 중심으로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뚜기는 지난해 8월 ‘OTTOGI’였던 해외 브랜드명을 ‘OTOKI’로 리뉴얼해 현지 소비자가 발음하기 쉬운 이름으로 다가가고 있다. 이후 지난 3월에 시작된 ‘진라면 글로벌 캠페인’을 통해서도 오뚜기는 진라면 브랜드를 ‘Jin’으로 표기해 각인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오뚜기는 대표 제품인 라면을 시작으로 한국 식문화를 해외에 널리 알리는 게 목표다.



박달님 기자 pmoon55@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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