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이닝 7K 무실점’ 위기의 독수리 군단 구한 산체스의 105구 역투 [MK광주]

[ MK스포츠 야구 ] / 기사승인 : 2024-05-04 07:35:01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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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설상가상이었다. 거듭된 패전으로 팀 분위기는 다운됐고, 불펜진 사정도 녹록치 않았다. 거기에 타선은 1회초 빅이닝을 만들 수 있는 기회까지 놓쳤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정규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KIA 타이거즈의 강타선을 상대로 씩씩하게 공을 던졌다. 리카르도 산체스(한화 이글스)의 이야이기다.

산체스는 3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리그 정규시즌 KIA와 원정경기에 한화의 선발투수로 나섰다.





지난해 5월 버치 스미스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한화와 처음 인연을 맺은 산체스는 위력적인 패스트볼과 안정적인 제구가 강점인 좌완투수다. 다만 2023시즌에는 다소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다. 최종 성적은 24경기(126이닝) 출전에 7승 8패 평균자책점 3.79였다.

산체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비시즌 기간 절치부심했고, 그 덕분인지 올해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KIA전 전까지 성적은 6경기(30.2이닝) 출전에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93. 마지막 등판이었던 4월 27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4.1이닝 10피안타 2사구 2탈삼진 5실점)에서 주춤하긴 했으나, 분명 현재 한화 선발진 중에서 가장 믿음직한 카드였다.

경기 전 최원호 한화 감독도 “(산체스에게) 퀄리티스타트를 기대한다. 막강한 KIA 타선을 상대로 6이닝 3실점만 한다면 최고의 피칭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그의 선전을 바랐다.

하지만 문제는 앞서 말했듯이 최근 한화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점이었다. 개막전 포함 8승 2패를 기록, 단독 선두에 올랐던 한화는 4월 들어 주축 선수들의 부상 및 부진에 발목이 잡히며 급격히 추락했다. 4월 성적은 6승 17패. 여기에 1~2일 안방인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펼쳐진 경기에서도 모두 SSG랜더스에게 고개를 숙이며 아직 5월 첫 승전고를 울리지 못한 상태였다.

이날도 초반 흐름이 좋지 않게 흘러가는 듯 했다. 1회초 최인호의 볼넷과 정은원의 2루수 땅볼에 이은 최인호의 포스 아웃, 요나단 페라자의 우월 2루타, 노시환의 볼넷으로 1사 만루가 연결됐으나, 채은성(삼진), 안치홍(포수 땅볼)이 모두 침묵을 지켰다.

그럼에도 산체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1회말 선두타자 박찬호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김선빈(삼진), 김도영(우익수 플라이), 나성범(2루수 땅볼)을 모두 돌려세웠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한화 타선도 2회초 황영묵의 1타점 우전 적시타로 산체스에게 힘을 실어줬다.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산체스는 2회말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이우성에게 좌중월에 떨어지는 안타를 내줬으나,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삼구 삼진으로 묶었다. 이어 이창진에게는 볼넷을 범했지만, 김태군을 3루수 병살타로 요리했다.





3회말에도 안정감은 이어졌다. 최원준(2루수 땅볼)과 박찬호(우익수 플라이), 김선빈(2루수 땅볼)을 상대로 차분히 아웃카운트를 늘리며 이날 자신의 첫 삼자범퇴 이닝을 완성했다. 4회말 역시 김도영(삼진)과 나성범(2루수 땅볼), 이우성(유격수 땅볼)을 모두 잡아냈다.

한화 타선은 5회초 최인호의 우전 안타에 이은 정은원의 우월 투런포로 산체스에게 2점을 더 지원했다.

기세가 오른 산체스는 5회말 소크라테스와 이창진을 1루수 파울 플라이, 중견수 플라이로 잠재웠다. 후속타자 김태군에게는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지만, 최원준을 삼진으로 처리했다. 6회말에는 박찬호를 삼진으로 솎아낸 뒤 김선빈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고, 우익수 페라자의 포구 실책으로 1사 2루에 몰렸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김도영(투수 땅볼), 나성범(삼진)을 막아내며 실점을 억제했다. 참고로 실책을 범한 페라자는 7회초 곧바로 좌월 솔로 아치를 그리며 자신의 실수를 만회했다.

이후 7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산체스는 이우성과 소크라테스를 각각 3루수 땅볼, 삼진으로 묶었다. 이창진에게는 볼넷을 헌납했지만 김태군을 3루수 땅볼로 유도, 이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최종 성적은 7이닝 3피안타 3사사구 7탈삼진. 총 105구의 볼을 뿌린 가운데 패스트볼(35구)을 가장 많이 활용했으며, 슬라이더(33구)와 체인지업(14구), 투심(13구), 커브(3구)도 구사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4km까지 측정됐다.

팀이 4-0으로 앞선 상황에서 공을 후속 투수 이민우에게 넘겨준 산체스는 한화가 결국 4-2로 승리함에 따라 시즌 2승(무패)째를 올리게 됐다. 산체스의 활약에 힘입은 한화는 2연패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5월 첫 승전고를 신고, 14승 20패를 기록할 수 있었다.

경기 후 최원호 감독은 ”선발 산체스가 상대 타선을 7이닝 무실점으로 막아줬다“며 ”완벽한 피칭을 보여줬다“고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산체스는 ”내가 좋은 경기력을 보인 것과 무관하게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어 기분이 매우 좋다“며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한 것이 오늘 승리의 원동력이다. 지금 팀 상황이 크게 좋지는 않지만 용기를 가지려 했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날 상대가 정규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KIA였지만, 산체스는 개의치 않았다고. 그는 ”경기 전에 특별한 변화는 주지 않았다. 하던대로 준비했다.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생각하고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상대 팀의 순위와 상관없이 던지고 있다. 1위 팀을 상대로 잘 던질 수 있고, 최하위 팀이라고 해도 대량 실점을 할 수 있다. 어떤 팀을 상대하더라도 같은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산체스는 ”지난해 KBO리그 경험을 바탕삼아 멘탈 및 신체적으로 잘 준비했다. 특히 멘탈은 경험이 쌓여 지난해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기술적으로는 비시즌 체인지업을 중점적으로 준비했다.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고 눈을 반짝였다.

이날 승리로 최원호 감독은 통산 57번째로 100승 사령탑이 됐다.

산체스는 ”감독님은 국내 선수들은 물론이고 외국인 선수들까지 언제나 신뢰해주시는 분이다. 항상 감사하고 100승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잠시 뒤 만나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진심으로 축하했다.



광주=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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