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건국전쟁』이 ‘충격’을 던지는 이유

[ 대구일보 ] / 기사승인 : 2024-02-06 10:26:22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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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01}]영화 『건국전쟁』이 ‘충격’을 던지는 이유

역사서술을 접하는 데에는 감성적 보고, 만들어진 진실, 건조한 사실 등 여러 갈래가 있다. 역사 선생인 나는 사극의 뒷 내용을 미리 아시고 싶어하는 어머니께 만족한 답을 드리지 못했었다. 문학적 진실과 역사적 사실의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역사적 기초가 튼튼한 사회라면 이 간격이 크지 않고 또 휘둘리지도 않는다.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역사 드라마나 소설, 유적 등에는 관심을 쏟으면서도 역사 공부에는 등한한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역사 다큐가 나온다면 일정 역할을 할 것이다.

지난 1일 전국 145개 상영관에서 다큐 영화 『건국전쟁』이 개봉되었다. 김덕영 감독이 3년 동안 공들인 작품인데, 개봉 첫 주말 관객이 3만5천을 돌파했다. “예상 밖 감동”이라는 호평도 쏟아졌다. 좌석판매율 32%로 1위, 이례적 돌풍을 일으키는 이승만 다큐영화 『건국전쟁』의 성공적인 출발은 차치하고라도 이 영화를 볼 이유가 있다.

김 감독은 84학번으로 586세대이다. 그는 2020년 『김일성의 아이들』로 주목받았다. 그는 이때 북한이 아직도 이승만 정권을 타도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점이 이상하여, 이승만의 행적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배워왔던’ 분단의 원흉, 독재자, 미국의 꼭두각시 등의 이미지가 북한의 공격 프로젝트에서 나왔음을 알았다. 김 감독은 팩트만 보여줘도 이승만에 대한 그릇된 생각이 바뀔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이해되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역사서술은 해당 인물이 살아있을 당대에는 다루지 않는다. 그리고 체제가 바뀌면 새 정권은 속성상 앞의 정권을 하향 평가한다. 특히 혁명이 일어났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이승만은 4·19혁명으로 물러났고, 이후 들어서는 정권은 점점 ‘햇볕정책’이나 ‘통일’을 우선하는 세력이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내가 어렸을 때 들었던 일화마저도 60년대 이후에 태어난 이들에게는 알려지지 않게 되었다. 영화를 관람하며 울었다고들 하는데, 아마도 이 대통령을 너무 냉대해 왔구나하는 미안함이거나 또는 이승만을 ‘몰랐구나’라는 놀라움의 눈물이지 싶다.

이승만은 일본 함정 운양호가 강화도를 침입하던 1875년 태어나 대한민국이 겪어온 모든 정치체제, 즉 왕조, 식민지, 해방공간, 공화국을 다 겪었다. 그는 20대부터 개화와 독립운동에 투신하여 고종 치하에서 5년7개월간 옥살이 했고, 민영환의 주선으로 한국의 독립을 청원하러 미국에 갔다. 이때 미국에서 공부를 시작해서, 1910년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했다가 ‘105인 사건’에 연루되어 1912년 다시 도미했다. 그때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여러 직책을 맡아가며 평생 외교, 교육, 언론으로 독립운동을 했다. 그는 당시 국제정세에 대해 가장 경험이 많고, 자유주의와 근대화를 위해 평생 노력해온 독립투사였다.

영화에서는 이승만의 교육정책, 여성 참정권 부여, 원자력 학자 양성 등 현재 한국이 누리고 있는 번영의 단초들을 짚는다. 한강철도 폭파 때 한강에 부교를 설치해 피난민들이 건너게 하는 사진 등 그동안 잘못 알려진 사실들도 수정한다. 김구는 북으로부터 통일될 것으로 믿었다는 자료도 보인다.

3·15선거에서 이승만은 조병욱 후보자의 사망으로 무투표 당선 상황이었다. 이승만은 병원으로 부상입은 학생들을 방문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불의에 궐기하는 백만 학도가 있으니, 자신의 정치는 성공한 것이라고 여겼다. 이승만은 가방 하나 들고 추방되었다.

대통령 혼자 역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면, 당대 함께 일했던 사람들, 또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말이다. 더구나 김대중과 노무현만 기념관이 있는 우리 사회에서 균형 잡힌 역사인식을 갖기는 어렵다. 『건국전쟁』은 설 명절 밥상에 미래를 위한 많은 생각을 제공할 것이다.

김정숙 영남대 명예교수


최미화 기자 cklala@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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